voyage/Seoul(24)
-
SeMA, 에드워드 호퍼전
아내와 40년가까이 해로했고 아내가 그림의 주요 모델이었음에도, 그림을 관통하는 정서가 고독이었던 이유는 평생 관계가 좋지 않았던 자신들에 대한 반추일까. 남편은 넘치는 재능에도 자기 일을 그만두고 매니저로서 살아갔던 아내의 희생에 감사한 마음보단 아내의 수다스러움이 싫은 마음이 더 컸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이 싫었다고 했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사랑에 미쳐서 인생을 송두리째 올인한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는 남편과의 관계는 얼마나 고독했을까. 그 고독을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은 또 얼마나 고독했을까. 그래서인지 그림속 사람들은 언제나 외로움과 무상함에 둘러싸여있다. 지나친 욕심이었음을 알면 좀 나았을까. 남편에게 위로와 격려, 정서적인 동반을 바라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2023.08.20 -
서촌, 스시호센
박사 1년차를 마친 친구와 식사. 코스가 됐건 오마카세가 되었건 중간중간에 요리가 등장하는 식사는 동행과 갈 게 못되는것 같다. 이야기하는 중간 중간에 스시 쥐어주시면서 네타 소개해주시는 게 혼자일땐 그냥 감사하게 듣는데 동행과 같이 오니 자꾸 이야기 흐름을 끊는다. 이야기 하면서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는 네타 소개 들으면서 먹으니 음식은 어디로 들어갔는지 뭘 먹었는지도 잘 생각이 안나고.. 설명 안해주셔도 된다고 요청드릴걸 그랬지(어차피 시즌마다 메뉴 정해놓는거 양식코스처럼 메뉴에서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뭐랄까, 고압적이진 않지만 접객이 물 흐르듯이는 또 아니어서 모두의 페이스에 나를 맞춰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좀 있다. 음식은 갔다온지 좀 되어서 기억이 없긴 한데 샤리 간이 적당해서 좋았다..
2023.07.31 -
명동성당에서
가서 한시간 여를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다지,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동안의 내 기도는 어디 떨어졌을까. 돌밭인가. 가시덤불속인가. 길 위인가. 가족때문에 한국에 왔는데 가족때문에 힘들다니. 결혼을 하고 좀 나아졌으리라는 기대는 사실 물거품보다 더 부질없이 흩어질 내 착각이었다니. 결국 차갑고 나쁜 역할을 하지 않는 이상, 겉보기로 좋은 관계나마 유지할 수 없을것이라는 20대때의 내가 옳았다니. 네 인생 그냥 혼자 살아야 할 것이라니. 더 나쁠수 없는 구석으로 치닫는 중이다. 귓가에 벌떼처럼 웅웅거리는 목소리들. 야유들. 조롱들. 유일하게 그나마도 상태를 유지하고 나를 물 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몇 년간 나를 그렇게나 괴롭혔던 일 뿐이다. 우습게도. 지긋지긋하게도.
2023.02.09 -
광화문, Paper Mache
사진은 구글에서 퍼왔다. 아니.. 언제가야 이렇게 한적한가. 광화문에서 사람들 만나면 여기서 봐야지. 사람이 많지 않을때면 조용하게 일하기에도 좋은 듯하다.
2023.02.09 -
을지로, 촙촙
점심시간에 가려면 웨이팅이 긴 식당인데, 마수걸이로 입장. 11시 10분쯤 왔는데 5분-10분 내외로 매장이 꽉 찼다. 나갈때쯤 되니 줄을 서기 시작. 무난. 쌀국수에 파 얹어주길래 고수 요청해서 넣었는데 그래도 무난.
2023.02.09 -
광화문, 스시 우미
광화문점 런치 방문. 긴 여정의 완주를 자축하러 갔다. 옆자리 누군가가 여기가 파인다이닝은 아닌가? 하는데 셰프가 파인다이닝 맞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시작. 아 왜.... 뭣이 중헌디.... 갤러거 필렛미뇽 런치가 5x something이었던 것 같은데, 특히 점심에 5.5이면 충분히 비싼 식사라는 생각을 한다. 엔트리니 파인다이닝이니 아니니, 식사에 굳이 등급을 붙여 서열을 나누는게 뭔가 이질적이라는 생각. 음식과 서비스의 질에 기반해 탄생한 평가가, 도리어 음식과 서비스를 잡아먹는 것을 보는 기분이다. 사진을 찍지 않아 순서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차완무시, 흰살생선튀김, 광어, 참돔, 엔가와, 학꽁치, 전갱이, 방어, 참치뱃살, 아귀간, 적신, 고등어봉초밥, 복어 이리, 후토마끼, 장어, 계란푸딩, ..
202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