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에서

2023. 2. 9. 00:33voyage/Seoul

가서 한시간 여를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다지,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동안의 내 기도는 어디 떨어졌을까. 돌밭인가. 가시덤불속인가. 길 위인가. 가족때문에 한국에 왔는데 가족때문에 힘들다니. 결혼을 하고 좀 나아졌으리라는 기대는 사실 물거품보다 더 부질없이 흩어질 내 착각이었다니. 결국 차갑고 나쁜 역할을 하지 않는 이상, 겉보기로 좋은 관계나마 유지할 수 없을것이라는 20대때의 내가 옳았다니. 네 인생 그냥 혼자 살아야 할 것이라니. 더 나쁠수 없는 구석으로 치닫는 중이다. 귓가에 벌떼처럼 웅웅거리는 목소리들. 야유들. 조롱들. 유일하게 그나마도 상태를 유지하고 나를 물 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몇 년간 나를 그렇게나 괴롭혔던 일 뿐이다. 우습게도. 지긋지긋하게도.

 

'voyage > Se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SeMA, 에드워드 호퍼전  (1) 2023.08.20
서촌, 스시호센  (0) 2023.07.31
광화문, Paper Mache  (0) 2023.02.09
을지로, 촙촙  (0) 2023.02.09
광화문, 스시 우미  (0) 2023.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