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yage/Atlanta(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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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e Rodin, the Kiss
더보기 숙소를 옮기고 나니 기침과 열이 나는게 아무래도 독감이 옮았지 싶었다. 하루종일 소득없이 헤매다가 늦은 오후 집에 와서 밥을 먹고, 한국에서 가져온 약이 있어서 먹으니 기절하듯 잠이 쏟아졌다. 그때가 5시쯤 되었는데 문득 깨보니 밤 10시. E에게서 문자가 와있어 네시간 가량 통화를 했다. 좋은 얘기, 힘든 얘기, 격려와 위로로 점철된 이야기들. 삶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왜 나는 어느 곳에서도 안정을 찾지 못하는지. 쉽게 갈걸 그랬지. 그래도 힘내자. 무엇을 위해서였을지 모르는 진정성때문에 이 고생을 하지만. 그걸 누군가는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지만. 터널의 어느 출구로 나가면 좋을지 나가는게 좋은지조차 도대체 모르겠지만. 어느 날인가에는 끝이 있겠지. 새벽 두시 조금 넘어 통화를 끊고 ..
2022.11.08 -
Bellina alimentari
빵맛집이고, 파스타는 쏘쏘. 폴포파스타인데 문어 너무 적게 들어간거 실화입니까.
2022.07.10 -
High Museum of Art, 1280 Peachtree St NE
소장품 중에도 좋아하는 것들이 있지만.. 퐁피두 센터를 디자인한 리처드 마이어와 렌초 피아노의 건물이라는 것이 가장 큰 미학적 가치. 내 페이보릿. Claude Monet, Falaises de Pourville, mer agitée(1897). 노르망디의 푸르빌 절벽을 그린 그림이다. 실제로 보면 요동치는 파도가 빛을 만나 내뿜는 푸른빛과 붉은 빛에서 삶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격렬하고 찬란했던, 그리운 언젠가가 생각나는 풍경. 왜 그랬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마치 어떤 종류의 서사라도 있었던것처럼, 잠깐 감상에 빠졌다. 자신의 바닥이 드러난것 때문에? 나를 믿을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현실적인 상황때문에? 계산해보니 수지가 맞지 않아서? 문제가 어떤것이었건, 결이 다른 사람들이고 거리를 좁히기 ..
2022.04.10 -
Atlanta Botanical Garden, 1345 Piedmont Ave NE
태풍이 지나고 햇살이 찬란한 오전. 라벤더 시럽을 넣은 라떼와 블루베리머핀을 사서 분수가 있는 안뜰 정원에 자리를 잡으니 마음이 평안했다. 어디선가 아기들이 나타나서 분수위를 기어다니고 놀기 시작했는데, 아기자기한 옷을 입고 해맑게 웃는 아기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천국이 멀지 않았다. 이러니 결혼해서 아기들을 낳는구나 싶기도 하고. 분수위를 기어다니고 있는 아기들 중 내 자식이 없어서 너무 행복하다 싶기도 하고. 저러다 빠지면 어쩌려고 저럴까 지켜보는 내가 겁도 조금 났는데, 용케 분수위를 한바퀴 완주하고 영차영차 분수대에서 내려와 엄마한테 뒤뚱거리며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괜한 걱정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판의 꽃도 입히시고 하늘의 새도 먹이시거늘 내 삶에는 무슨 걱정이 이렇게 많았을까.
2022.04.10 -
Sushi Itto, 2173 Briarcliff Rd NE
다운타운 디케이터까지 안가도, 의외로 에모리 근처에 맛집이 좀 있다. General Muir와 Alon's Bakery는 워낙 유명하고, The Poboy shop과 Community Q도 이근방에선 잘 알려진 남부음식점. Wagaya와 Double Zero도 에모리 지점이 있다. 그리고, 의외로 에모리 뒤에 괜찮은 스시집이 있다. Sushi Itto. 해산물 가공이라면 일본만큼 일가견이 있는 한국에 비교할순 없고, 몇년전까지는 뉴욕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정도로 숙성이 잘 된 스시와 아주 얇고 바삭한 수준급 텐푸라가 나왔었는데, 코비드를 지나며 비즈니스가 팔렸는지 옛날만은 못하다. 원래는 직원분들이 일본계 미국인들이었는데, 얼마전 가보니 키친은 라티노, 서비스는 중국계 직원분들.. 그래도 여기의 점심 벤..
2022.04.10 -
무봉리순대국, 2550 Pleasant Hill Rd
날이 으슬으슬해서 순대곱창전골. 우리 여기 제일 자주오지 않냐, 이쯤되면 여길 최애라고 불러야하는거 아니냐 하면서 입장. 순대 한국에서 들여온다고 피순대라고 강조하시더니 정말 순대 꼬다리쪽을 먹어보니 내장과 선지에서 나오는 맛이 풍부했다. 곱창은 오늘따라 곱이 많지 않아서 조금 실망. 서버분 정말 친절하신데 자꾸 들여다보셔서 체할것 같았다. 서비스가 좀 무심하고 편안해서 좋아했는데, 서버분이 바뀌신지 얼마 안된것 같기도 하고. 감사하긴 한데 어쩐지 불편한 기분. 피곤해서 그런지 내 입맛이 이상한건지 주방장이 바뀌셨는지 아님 오늘 그냥 여러모로 잘 안맞은건지 간이 조금 달라진 기분도 있다. 뭐랄까 미원은 많이 들었는데 감칠맛이 덜한, 어쩐지 밍숭맹숭한 느낌.
2022.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