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Museum of Art, 1280 Peachtree St NE

2022. 4. 10. 07:42voyage/Atlanta

소장품 중에도 좋아하는 것들이 있지만.. 퐁피두 센터를 디자인한 리처드 마이어와 렌초 피아노의 건물이라는 것이 가장 큰 미학적 가치.

내 페이보릿. Claude Monet, Falaises de Pourville, mer agitée(1897). 노르망디의 푸르빌 절벽을 그린 그림이다. 실제로 보면 요동치는 파도가 빛을 만나 내뿜는 푸른빛과 붉은 빛에서 삶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격렬하고 찬란했던, 그리운 언젠가가 생각나는 풍경. 

 



왜 그랬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마치 어떤 종류의 서사라도 있었던것처럼, 잠깐 감상에 빠졌다. 자신의 바닥이 드러난것 때문에? 나를 믿을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현실적인 상황때문에? 계산해보니 수지가 맞지 않아서? 문제가 어떤것이었건, 결이 다른 사람들이고 거리를 좁히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만은 확실했다. 주로 내가 노력해야 했겠지. 마음을 주었다면, 마음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하기사 언제는 저렇지 않았나. 이만하길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질질 끌려다니고 비웃음을 사도 끊어내지를 못하고 절절 매더니, 너무나도 스마트하고 젠틀하고 깔끔하게 정리를 해내는걸 보면서 웃음이 났다. 괜한 염려를 했네. 역시 내 일이나 잘하면 되는걸. 어쩌면 저렇게들 내게는 이성적이고 서늘할까 생각했다가 그것도 그만두기로 했다. 애초에 그 정도가 좋은 사이일것 같다고 생각했으니 아쉽다고 여길것도 없어. 마음을 열지 않기를 이렇게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지. 

레베카, 아니 리브가. 이름모르는 나그네가 물을 달라고 간청하자, 그 뿐 아니라 나귀들에게도 직접 물을 떠줌으로써 아내로 선택된. 현숙하고 자애로운, 품위가 있는 여인.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잘 듣고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깎으며 노력해온 나날들을 생각했다. 그렇게 노력해도 결국은 비웃음을 사곤 했어. 그렇게 노력해서 지키려는 그 알량한 품위와 인격 때문에 나를 깎아내리는 목소리들에 제대로 속시원하게 반박도 못하고. 정숙하고 품위있어 보이는 저 모습의 속에는 남편을 거스르고 둘째 아들을 선택해 장자의 축복을 빼앗은 비정한 어머니이자 모략가 아내가 있었다. 양의 탈을 쓰고, 교묘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주체성이 있었다. 나는 그만 노력하기로 했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로 했어. 그것을 위해 더이상 스스로를 깎아내지 않기로 했어.

그러니까 Cut it out, Becky. 이제 그만 노력하기로 해.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것은 집어치우기로 해. 이만하면 충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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