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ada sunrise, ein Gedi, Dead sea

2015. 8. 1. 06:15voyage/Israel

맛사다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선 숙소에서 세시반에 출발해야했다. 예루살렘을 빠져나와 맛사다로 가는 도로는, 처음엔 가로등탓에 대낮처럼 환했는데 가로등이 점점 줄어들면서 앞에 보이는 길의 궤적도 드문드문해지다가 곧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맹수가 사람 하나쯤 잡아먹어도 그 건너 언덕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할 어둠속. 이 어둠속에서였다면 에서는 아벨을 두번이고 세번이고 죽일수 있었을 것이었다. 이 어둠속에서라면 사탄은 밤새 신의 아들을 죽이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신의 이름에 의지하지 않고선 견딜수 없을것 같은 공포가 차안에 앉아있는 내게 엄습해왔다. 사방은 광야 언덕으로 둘러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풍경뿐, 이곳을 비추는 것은 달빛뿐이다. 의지할곳 하나 없이 거칠고 매서운 모래폭풍이 부는 광야를 창백하게 비추는 달빛. 그게 연약한 빛이래도 의지하고싶을만큼 광야는 척박하고 공포스러웠다.  




도로를 따라 비춰오는 달빛은 어두운 광야 위라서그런지 더 밝고 더 기이했다. 그저 당신과 소풍가는 것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기쁨이라던 그 순수한 마음. 내 언어로는 상상도 못할 순수한 마음으로 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비한데, 굳이 신이 내 기도를 들어주셔야 할 이유는 없었다. 아쉬운 것은 늘 나. 열등한 것은 언제나 나. 제 마음이 순수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늘 세속적이고 저열한 내 마음때문에 죄송해요. 




결사항전 당시 로마군이 맛사다를 진압하기 위해 개척했다던 Snake path를 걸어올라갔다. 올라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슬슬 사방이 밝아진다. 저쪽 너머의 사해가 주홍빛으로 물들어 이미 일출이 된것 아닐까, 오늘 구름이 많아 해가 올라온게 안보일뿐이지 이미 해가 뜬거 아닌가, 마음이 급해졌다.



마음은 급한데 경사는 가파르고 길은 좁아 위험천만하기 이를데 없었다. 로마군이 맛사다를 정복하기 위해 개척한 이 길은 뱀길이라는 이름답게 두명 이상이 길을 가다간 한명은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딱 좋은 너비의 좁은 길이다. 경사도 가팔라 중간중간 굴러떨어지지 않고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꽤나 노력해야했다. 길가 펜스같은 안전장치는 고사하고 중간에 가다가 지쳐도 사람을 수송할 방법이 없다. 오전 9시이후에 올라가다간 열사병 걸려 죽기 딱 좋을 정도로 기후조건이 열악해 정부에서는 아예 오전 9시 이후의 산행을 금지하고 9시부터는 무조건 케이블카로 올라가게 한다.  



맛사다에서 바라보는 광야전경............. 신비롭다고 해야할지 경이롭다고 해야할지 무섭다고 해야할지....... 올라가면서 가이드가 산행시간을 가지고 거짓말했다는 걸 깨달았다. 40분이면 올라간다고 했는데, 총 1시간은 걸린듯.. 우리그룹에서 두번째로 올라왔는데... 하긴 한시간이 넘는다 했으면 안올라갔을지도 모르겠다.

 



올라와서 한숨 돌리자마자 해가 뜨기 시작했다. 사방이 밝았던건 해가 뜨는게 아니라 햇빛이 일출전에 먼저 새는거였다니, 어지간히 평지인가 싶다.



올라오는게 너무 힘들어 그랬는지, 그저 저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지지 않고 살아서 저 일출을 보게 해주시는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염려하고 탄원하는 것들도 알아서 다 하시겠지요 저는 잘 모릅니다 전 시키는대로 합니다 하는 말이 나온다. 전 잘 모릅니다. 어련히 잘 알아서 하시겠지요. 저는 시키는 대로 합니다.




맛사다에서 내려와 에인게디로.. 희귀동물을 많이 볼수 있는 국립공원이라는데 사람들이 들떠서 기껏 수영복 준비해갔더니만 폭포라고 있는건 동네 인공놀이터 폭포만도 못하다.



물도 말라붙어 도무지 폭포라고 봐줄수가 없는.. 처음에 샘물인줄 알았다.



저건 쥐인지.. 다람쥐인지.. 아무튼 저렇게 돌에 널부러져서 사진을 찍든 말든 가만히... 퍼져있는 꼴이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욱 더 격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다" 류의 모습이라 한참을 관찰했는데 그 한참을 한번도 움직이지 않더라. 죽은줄 알고 찔러볼까 고민했더니 부스스 일어나 다른 곳으로 어기적어기적 옮겨갔다.





사해에서.





점심.. 관광지 식당이겠거니 했는데 별 기대안했던 호무스가 정말 신선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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