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

2015. 7. 21. 02:42voyage/Israel


처음 시카고로 나갔을때, 사람들이 내게 물어봤었다. 해외라서 힘들지? 미국이라서 힘들지? 그때마다 아뇨, 제주도에 무슨 영어만 쓰는 학교구역 이런게 있담서요 거기서 공부하는 기분이에요 대답하곤 했었다. 추위도 말 안통하는 서러움도 한국음식을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캐나다에서 다 겪었으니, 게다가 시카고에서 겪은 어려움은 한인 사회의 각박함이었지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옛날 어른들이 해외생활이 이질적이어서 그걸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적응이 힘들었다고, 소회하는 그 감정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다. 프랑스나 상하이에서도 느끼지 못한 이질감이 있다. 사람들의 옷이 휘황찬란하고 말도 안되는 노출(클리비지룩은 예사고 막 등판이 뚫려있다거나, 검정색 브래지어 끈이 그 뚫려있는 등판을 지나간다거나..)이 많은 것도 그랬고. 한국이나 미국에도 있는 음식이긴 한데 말도 안되게 빈약하고 맛이 없는것도 그랬고(음식에 신경을 안쓰는걸까 이사람들..). 특히 hygiene의 개념이 미국이나 한국하고 많이 다른 기분이다. 안깨끗한건 아닌데 더러운.. 뭐랄까 한국이나 일본은 보이는곳 안보이는 곳을 어질러지는데 없이 정갈하게 쓸고 닦고, 미국은 세균을 없앤다며 sanitizer로 오만데를 다 닦아댄다면, 여기는 그.... 먼지와... 먼지..... 얼룩 이런건 신경도 안쓰는 느낌(가이사랴 가는 에게드 버스 탔다가 기절하는줄알았다.. 이번주 토요일엔 영화관 갔는데 바지에 껌 붙어서 옴ㅠㅠ 어떤새끼가 좌석에 껌뱉어놓고 갔어...).. 뭐랄까 아 이사람들 유목민들 출신이구나 라는게 확 와닿는 위생관념이다. 근데 또 팔레스틴인들보단 훨씬 깨끗하다는게 유머...... 군대를 가서 그런건지 아주 섬세하고 깔끔떠는 분위기가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근데 또 옷이나 장신구 이런건 무척이나 아기자기해서 한국에서 보던 디자인과 비슷한 것들이 이스라엘에 많다. 


그래서 처음엔 완전 별세계에 떨어진양 막막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일주일만 그랬고, 지난주는 좀 살만했다. 그런데 어제오늘은 기어이 몸에 무리가 왔다. 다른 나라보다도 더 음식에 제한이 많고 특히 아시아음식이 잘 없는 곳이어도 그럭저럭 잘 적응해가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미드텀이며 진학에 대한 걱정이며 스트레스를 빡 받아버리니 한번에 장염이 온듯하다. 땀이 뻘뻘나고 사방이 어지럽고 장은 꼬이는것같고 설사가 나는데 수업을 빠지면 쫒아갈수가 없으니 식은땀을 흘리며 앉아있었다. 집에 와서 잘 가열도 안되는 인덕션 렌지에 계란죽 끓여서 먹으려니 맛도 없고 냄새는 비리고... 서러웠다. 해외생활의 서러움을 내가 이스라엘 와서 느낄 줄이야..... 자고 일어나니 좀 낫긴 한데 머리가 무거운건 여전하다. 스트레스 때문인가 집이 습해서 그런가 먹는게 부실해서 그런가... 히브리대 프로젝트고 뭐고 가고싶지도 않고 내일 아코랑 금요일 골란고원도 안갈까 싶다. 감사하게 즐겁게 해야하는건데 끝없이 드는 자기 혐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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