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eird day

2015. 8. 21. 23:16voyage/Israel

이스라엘에서 한달간 지내면서, 그리고 그 후로도 한달을 더 총 두달을 지내면서 가장 힘들었던건 음식이었다. 하이파에 있었던 대학 기숙사에서는 요리라는걸 할만한 환경도 할만한 마음도 들지 않았고, 이스라엘에서 한국음식이란건 아마 텔아비브를 가야 구경이나 할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이파에서 온날부터 맹렬히 검색한결과 예루살렘에 아직 한군데 한국음식점이 남아있다고 해서 찾아가기로 결정.



한국에서야 네이버지도나 다음맵을 쓰지만 일단 외국에 나오니 구글맵만한게 없다. 그런 구글맵도 가끔 헛다리짚는 곳들이 있다. 이를테면 이스라엘이라던가 이스라엘, 이스라엘........... 하이파에선 지도를 잘못찾아서 거진 10km를 걷게 만들더니, 이날은 예루살렘 구시가에 있는 한국인 식당이 극보수 유대인들의 주거지역에 있다고 알려주는 아주아주아주아주 유용한 도움을 주었다. 어쩐지 타는 사람들이 점점 나를 원숭이 보듯 보고 예루살렘에서도 한 열명에 한명꼴로 보는 랍비복장의 남성들이 하나둘 늘더니 급기야 버스가 저렇게.......... 내려서 구글맵이 가르쳐준 곳을 가보니 웬 빌라 앞 공터. 다시 검색해보니 다른 주소가 뜨는 환장할 상황. 정말 한국음식이 너무 먹고싶었던지라 그 주소로 갔는데 이번엔 또 무슨 상가 뒷골목.. 길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구시가에 있단다. 이미 너무 돌아다녔고 너무 더웠고 너무 배가 고팠다. 그냥 중국음식이나 먹기로.

 


그렇게 들어간 중국음식점은 들어서자마자 나오고있던 BGM이 찬송가라서 나를 당황시켰다. 두번째 놀라웠던건 식당이 텅 비어있었단거였고, 세번째 놀라웠던건 그 텅 비어있는 식당에서 가톨릭신부님들이 오찬모임중이셨다는것.. 그냥 평사제는 아니고 주교이상되는 분들이신것 같았는데 식당은 비어있지 손님은 나와 그분들밖에 없지 게다가 다들 소속사제회도 다른분위기.. 무슨 비밀회합이라도 하시는건가. 밖은 타는듯이 덥고 안식일 다음이라 언제 거리가 텅 비었냐는듯 바로 앞길이 사람들로 시끌벅적한데 여긴 시간이 멈춘듯 고요하기만 했다. 실상은 단지 주일미사후 한적하고 사람없는 곳에서 식사하고 싶으셨던것 같았지만 묘하게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느낌.. 아무래도 아침에 유대쿼터에서 헤매다 와서 그런가보다. 하루종일 종교인들이군.



 

시카고에서도 못본 커피빈을 발견하고 들어간것까지야 그렇다고 치는데 정말 맛이없어도 이렇게........ 이스라엘에 있다는걸 또 깜빡했던걸까 나는.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티베리아로 이동할 시간이 되어 샤워도 하고 짐도 챙겨 출발했다. 그런데 여행내내 한번도 늦은적 없던 트램이 거의 30분을 오지 않고... 예약한 버스는 타질 못했다. 짐이 거의 20킬로가 되니 그걸 들고 버스나 택시 타러 이동은 죽어도 못하겠고 덕분에 터미널에서 기다리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샤워한건 다 도루묵. 


어찌어찌 사람들이 터져나갈것 같은 트램에 끼어 터미널까지 갔고 다음 버스까지 한시간을 기다려 탔다. 문제는 사람들이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서로 먼저타려고 달려들어 아비규환이 됐다는것. 다큐멘터리에 6-70년대 한국 장터라고 나오는 그런 장면이 그대로 연출되는데 정말 '난리통'이라는 말을 절감했다. 나중에 들으니 이스라엘에는 줄서는 문화가 없어 뭐든 먼저 얻는 사람이 임자라고 했다. 나한텐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그걸 당연하게 얘기하는 이스라엘 팀원들에 2차 충격.. 톨레랑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릅시다? 뭐 이런걸로 이해해야하는걸까... 그런거겠지.. 심지어 표는 같은값인데 자기 자리에 못앉아서 간다고 운전사랑 대판 싸우는 아줌마도 있었는데.... 심지어 옆자리 부모들은 애가 두시간내내 소리를 지르는데도 흐뭇한 미소로 보고있었지 저녁 7시 자라고 불 다 꺼준 버스에서.. 정말 두달동안 다양한 인간의 군상을 봤다. 사회적 예의나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인으로선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과 사고들.. 하긴 나중에 팀원으로 합류한 독일 여자애도 환장이긴 했었는데 걘 무개념쪽으로 그런거라면 이사람들은 아예 사고체계가 나와 정반대인 느낌이었다. 암튼 별의별 사람들 다 보고싶으면 이스라엘에 오세요. 


티베리아에 도착해서 캐빈까지는 또 택시를 타고 15분.. 기사는 2만원정도를 달라고 했다. 로지스틱스에 나온 금액보다 배는 들지만 시간이 늦었기도 하고 나는 어쨌든 외국인이고 지쳤기도 하고.. 순간이동해서 시카고 온셈치기로 했다. 캐빈에 도착하니 10시. 내일부턴 험난한 작업의 시작이구나......... 너무 자주 환경이 바뀌니 지치고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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