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vette New York, 42 Grove St

2022. 3. 13. 12:51voyage/New York

본래는 파리에 본점이 있는 식당인데, 뉴욕 도쿄 등지에 분점이 있다. 눈과 비가 섞여내리는 아침에 브런치로 방문. 눈비오는날 왠 동양여자가 혼자 머리를 산발처럼 풀어헤치고 등장해서 그런건지, 영어를 못할것처럼 보여서 긴장한건지. 살짝 경계하다가 레이저를 쏘니 와서 주문을 받아갔다. 메뉴에 저렇게 샹들리에 장식을 붙여놨는데, 종이를 세우면 마치 샹들리에가 달려있는것 같다. 

프랑스어를 배워서 뭐에 쓰냐하면, 메뉴판을 읽는데 쓴다. Les oeufs가 계란이라는 뜻이고, Saumon fume가 불에 그을린 연어, 그러니까 훈제 연어여서 주문. 음료는 눈이 오니까 카푸치노.

결과적으로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스타일의 브런치였다.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스크램블에그, 고소한 훈제연어, 상큼한 사워크림과 폭신하고 쫄깃한 빵에 향긋한 올리브오일. 같이 나온 카푸치노도 우유거품이 단단하고 풍미가 있어서 매우 좋은 아침식사였다. 프렌치 카페지만, 난 미국식에 익숙하니까 손으로 집어서 계란과 연어를 올려먹고, 나머지는 칼과 포크사용. 

작년즈음 미국인 선배의 논문 디펜스가 있어서 참석했다가, 뒷풀이로 컵케이크 티타임을 가졌었다. 다들 손으로 컵케이크를 집어서 냅킨 위에 올려놓고 먹다가 문득, 프랑스인 선배 얘기가 나왔다. 이놈의 미국인들은 교양머리없게 어디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나 하는 느낌으로 포크 칼을 찾고 있더라고.. 그말에 교수님은 우린 미국인이니까 하면서 남은 컵케익을 왕 물었다. 이런저런, 선택받은 사람들의 사회에서 조용히 나는 물러나는 중이다. 이 긴 시간이 내게 남기는 어떤 종류의 유산이라도 있을까. 

먹고 일어나야하는데, 눈비가 섞여내리던게 슬슬 눈으로 바뀌어서 민트티를 하나 더 주문. 귀여운 주물 주전자에 담아주었다.

눈오는 날, 아늑하고 예쁜 실내에 앉아 브런치를 먹고 따뜻한 민트티를 마시고 있으니 참 행복했다. 언제나 정체모를 두려움과 걱정이 있지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때 가서 그 두려움의 정체가 밝혀지면, 어떻게 할지도 생각이 나겠지. 그게 무엇인지 모르는 동안에 두려움과 걱정은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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