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2015. 6. 18. 21:52voyage/Seoul



저녁 어스름이 아니라 새벽 어스름이다. 그저께 원고 대충 마쳐놓고 네시 반쯤 학교에서 집까지 택시타고 가다가, 성산대교에서 찍은 사진. 동이 터오는 고요하고 한적한 서울의 정취를 사랑했다. 잠든 도시의 그 차분한 공기와 평온한 적막을 보고 있노라면 늘 마음이 편안해졌다. 안막히는 시간에 총알택시 타니까 딱 다섯시에 집에 들어갔다.

오늘은 프린스턴에서 석사 마치고 국내에서 2년째 쉬고있는 선배와 얘기했다. 한달가까이 스트럭처만 두고 지지부진했던 이번 학기를 얘기하면서 영 정신병같아요 했더니 자기도 그런적이 있다고. 쓰는 글이 유효타인지 아닌지 알지 못하니까 오는 강박이라고. 그래서 해법이 뭐예요 하니 안고쳐져 그거 그러고 쭉 안고 가는거야.

아프게 낸 글이 유효타라면 한달동안 진통하는 것 같은 스트레스도 참을수 있다 이거지. 근데 빈볼이면 난감해지는거지. 그래서 그런거야. 늘 자기가 가짜가 아닌가, 어느날 들통나면 어쩌나 그 걱정 속에, 미래에 대한 걱정만으로 살았다는 선배는 나를 많이 이해해줬다.

저녁 어스름이 아니라 새벽 어스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 선배의 말대로, 잘 풀려갈 인생이었으면. 지금 이 순간이 이제 일몰밖에 남지 않은 저녁 어스름이 아니라, 해가 뜨기 시작하는 새벽 어스름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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