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temple

2024. 9. 1. 22:14voyage/Korea

차를 마시듯 향이 황홀한 게이샤 커피.

나와 비슷한 머리 스타일을 한 스탭들의 반짝이고 친절한 눈. 

이제 작은 것에만 복무하기로 한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 공명하는 내 마음의 회복. 

그리고 2년간 갇혀있던 어두운 터널에서 너무나도 쉽게 나오도록, 날 이끌어준 반짝이는 내 햇빛.

안티고네와 나를 비교질하면서도 안티고네보다 더 책임감있게 살아왔다고 나를 토닥여준 센터장님과

내가 아플까 슬플까 우울할까 힘들까 전전긍긍하며 나를 거의 딸키우듯이 운동시키는 선생님과

내게 과분한 사랑을 쏟아주는, 가끔 나를 웃겨주는, 고향의 언니오빠같은 햇살들. 

 

그 빛들에게 고마워서라도 "나는 이제 바보를 사랑하는 일은 그만하기로 한다."

"측립과 게걸음을" 관두고 "보이는 것만을" "실재"만을 보기로 한다. 

"먹이가 되어 먹이를 주는 일, 본색을 탐색하는 일은 이제 하지 않기로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자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빼앗고"

"맞는 신을 신고 걸어가는 노인들을 골라

사랑하기로 한다."

버렸어야 할 것들을 가볍게 땅에 내려놓고 대신 바닥에 내팽겨쳤던 내 마음을 주워들고

즐겁게 여행하기로 한다.

 

인용은 박연준, 유월정원 중에서

'voyage >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동, 전주  (1) 2024.10.11
식사  (5) 2024.09.01
시집  (0) 2024.09.01
김대건 성인 표착성지  (0) 2024.09.01
곶자왈  (0) 202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