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5. 15:19ㆍl'ecrit/le journal
공저자로 낸 책의 리뷰어가 2차가해자라는 사실을 아느냐고 다들 떠들어댔다. 사건을 양쪽에서 소상히 설명하며 스탠스를 정하라는데,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알리기 원했는지 동의는 얻고 지금 그러는지 묻고 싶었다. 본인들이 하는 짓이 2차가해인 것을 인지하는지도.
어제 모 출판사 편집장님과 우연찮게인지, 계획된 대로인지 식사를 함께 하게 됐다. 한국의 지성계는 엄청나게 빠르고 급진적인 트렌드 변화를 겪어왔으며, 스스로 진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과 다르게 이미 예전에 아웃데이티드되어 폐기된 수준의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걸 인정 못하는 그들도 꼰대. 그냥 연세가 드시고 가뜩이나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쫓아가기엔 감수성이 낡아서 실수한것 인정 못하는거 가지고 죽으라고 물어뜯으면서 자기들 성인지 감수성은 돌아보지 않는 그들도 똑같은 2차 가해자들. 아주 둘다 싫어요, 하며 남은 볶음밥을 긁어댔다. 아주 나서서 무력행사라도 할 기세인 인물 중엔 성폭력 생존자도 있지. 자기 사건 터지고 나서 이름 돌았을때 너 뭐라고 했냐. 뭐라고 했는지 기억 못해서 이 일이 터지자마자 나한테 전화해서 미주알 고주알 줏어섬기는거냐. 공감능력은 지능이라 다들 이러는거야? 멍청해서? 다같이 닭대가리들이라서?
모르겠다. 도무지 모르겠어서 여쭤보니 한분은 모르겠다 그냥 신경끄려고 라고 하셨고, 다른 한 사람은 그냥 그부분만 건너뛰고 읽으면 안돼? 근데 일단 그책 표지가 구려. 라고 대답했다. 정말 모르겠다. 당장 지난주말 한낮에 택시를 탔다가 내리는데 자주보자고 자기도 소하동 휴먼시아에 혼자산다고 징그럽게 쳐웃던 60-70대 택시기사의 성희롱(뒤지세요)이, 어제 밤늦게 출판사 미팅을 마치고 지나가는길 나를 대놓고 붙잡고선 남성도우미 안구하시냐고 묻던 30대 호스트의 호객행위가 내게는 더 위협적이었는데.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서나 신고+변호사 연락해서 인실ㅈ만들고 돈이나 뜯을걸 그랬다고 웃지 내가 겪어온 유사하고 비슷한 경험들에서 나는 혼자였는데. 다 모르겠으니 다 포기하고 그냥 가부장적일지언정 안온해보이는 가정의 둥지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할정도로 혼란스럽고 무서웠는데. 그러면서도 늬들이 겪을땐 내 밥줄을 걸고 늬들을 위해 증언했는데 이번 일에 일언반구 말을 하지 않아 지들 방패 세워주질 않으니 비겁하다는둥 지랄 염병들을 떤다. 늬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누구를 상대로 싸우는가.
허수아비 싸움이란건 이런거라고, 지난주 나를 볶아댔던 센터장님에게 보내고 싶다. 편집장님이 혹시 인생무상 맛있는 밥은 먹어 뭐하나 뭐 그런생각하고 사시는건 아니죠? 다음번엔 국물요리 대접하지요 했는데 맞는 말이다. 요즘 인생무상 시즌이다. 밥은 먹어 뭐하고 읽긴 읽어 뭐하고 글은 써서 뭐하냐 배울만큼 배웠다면서 조현병 환자마냥 현실속에서 지혼자 환각 보고 설쳐대는 닭대가리들이 저렇게 넘쳐나는데. 센터장님에게 보내고 싶다. 허수아비 싸움이 뭔지 보여드려요? 다 때려칩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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