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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rit/le journal

조우

이런 순간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유별나게 치장하거나 꾸며내거나 분투하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에 더한 한 두 가지의 터치업 만으로도 세상엔 좋은 것이 있음을 조우하는 기분. 정말 모든 물건이 잡다하게 들어있을 듯한 옛날 문방구에 전등을 몇 개 달았을 뿐인데 느낌있는 레트로 인테리어가 된다. 따뜻하면서도 구질구질하지 않고, 잡다한듯 하면서도 하얀 의자 세 개와 전등들이 나란히 깔끔하게 놓여 나름의 질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등 몇 개만으로 영화세트같은 느낌이 되다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뛰어난 미감이 부럽기도 했다. 또 아등바등하며 전전긍긍하지 않고도 그대로 좋은 그 모습이 아름답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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