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골목

2024. 2. 12. 01:13voyage/Korea

강릉은 생각보다 작은 도시이다. 관광객들은 중앙시장을 많이 가는 모양이지만, 아직 유명하지 않은 명주동 동네길과 임당동 성당 근방의 동네길을 거닐었다. 사진은 새로 오픈한다는 편집샵인데 사장님이 넉넉하고 친절하셔서, 물건도 귀엽지만 인테리어 컨셉이 시크한듯 따뜻해서 다시 오고 싶었다. 

 

마치 어릴 때 골목에서 만나던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처럼 마음따뜻하고 넉넉하신 중년 사장님들과, 반대로 힙플레이스에 또아리를 틀고 뱀독을 쏴대는 MZ사장들이 공존하는 아주 극단적인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후자의 인상이 강렬하고, 질린다.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유세부리는 듯한 태도나 상대에게 시비를 거는듯한 수동공격조의 MZ말투를 한 다섯 번쯤 들으면 없던 짜증도 솟는다. 세상물정 모르는건지 아예 내놓고 사기를 치는건지 싶은 장삿속까지. 우리 동네 카페 사장 언니에게는 그나마 진심이 있었네. 친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테리어니 맛이니, 필요없고 친절한 곳을 찾게 되는 것이다. 가장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친절했던 골목에서 여행의 처음과 끝을 마무리했다. 물론 인테리어도 멋지고 음식도 맛있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 내 마음대로 된건 뭐가 있나.. 숙소 하나뿐인것 같은데 마음대로 안된 식사들이 하나같이 정겨워서 좋았다. 몇 번 밥때를 놓치고 심지어 한 번은 오후 4시가 다 되어 분식집에 들어갔다. 김밥 되냐는 질문에 안된다고 자르실 법 한데도, 가게를 지키시던 할아버지는 집에서 쉬시던 할머니를 불러 흔쾌히 김밥 한줄을 말아주셨다. 할머니께 죄송스러워 좀 눈치를 보고 있는데 두분이서 투닥투닥하시는 내용을 가만 들어보니 손님이 왔는데 히터도 안켜주고 뭐하냐는 내용이다. 할아버지께서 부리나케 오셔서 히터를 켜주시고 갔다. 네 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모두 돌아가신 지금 나로선 더이상 맛볼 수 없어서 귀한 넉넉함이고 다정함이고 따뜻함이다. 다른 한 번도 거의 두시 다 되어 갔는데 바로 갈비탕을 끓여주셨다. 노포라서 쾌쾌한 냄새가 나고, 그런 불평은 이제는 멸종하고 있는 다정함 앞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 

'voyage >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문진, 대동면옥  (0) 2024.02.12
양양, Corallo by Josun  (0) 2024.02.12
10월 전주 한옥마을  (0) 2023.11.18
10월 목포  (0) 2023.11.18
10월 강릉  (0) 20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