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ky Boots

2024. 9. 27. 12:38l'ecrit/le journal

 

다들 쥐롤라 보고 가냐고 하는데 아니다 매트 헨리에 홀려서 찾아봤다가 서경수 배우 라디오 라이브 보고 갔다; 결론만 말하자면 티켓값 단 한푼도 아깝지 않고 단순한 스토리에 세련된 전개라 한번 더 보고 싶어서 표 검색 다시했다. 

 

맨날 수업때 그리스고전 작가들이 남성 몸을 아름답고 완벽하다고 찬미하는 줄글 볼때마다 이해가 안되었는데 어제 좀 알것 같았다. 잘 다져진 남성의 몸에 우아하고 강인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특히 롤라가 속옷차림에서 가운형 검정색 시스루 레이스 드레스를 걸치는 장면이 있는데 몸이 살짝 감춰지면서 실루엣만 흐르는데 직선인듯 아주 미묘한 곡선으로 흐르는 우아한 몸선에 감탄했다; 드랙퀸 분장으로도 감출수 없는, 남성의 몸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있구나. 여장을 할수록 남성적인 아름다움이 드러나다니 놀라운 발견이었다.

 

K드라마 플롯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약혼녀 바람필까봐 조마조마했던 것이에요.. 그간 태업하며 임금만 받아갔던 돈이 우리 좀 굶어도 돼 하며 임금청구서 찢어버리는데 맞아 저게 남자지!! 내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남성성에 새삼 감동받을뻔 한 것이에요.... 

극의 화려함이나 배우들 연기야 뭐 말해뭐하겠으나.. 내가 외국에서 살다와서 그쪽 기준에 젖어 그런지 퀴어와 스트레이트 배역이 서로 바뀐것 같은 느낌이랄까, 중간중간 인지부조화와 헛웃음이 나오는 구간이 있었다. 롤라보고 막 쏟아내는데 (자기 얘기 아니라서) 1도 타격 없어보이는 롤라와, 찰리가 얘기하면서 자기가 더 상처받는것 같은 느낌이라던지.. 롤라 배우 1KM밖에서 구르면서 봐도 그저 드랙퀸일뿐 너무나도 스트레이트일 것 같은 느낌이에요. 찰리가 오히려 최소 바이섹슈얼일 것 같은 느낌인 것이에요.. 찰리가 클라이맥스에서 지르는 구간이 뭔가 자기에게 하는 말같이 들려서 아팠다.   

 

 

커튼콜때 거의 댄스파티 분위기인데 배우들과 관객들이 다같이 춤추면서 호응하는게 그렇게 위로가 된달까.. 왜 다들 Raise you up 타령을 하는지 이해했다. 

같이 보러왔으면 좋았겠다 하는 얼굴이 있다.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 그 존재가 당연한게 아닌것을, 감사함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 미안하고 새삼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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